무엇보다 슬램덩크 만화책을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이번 영화는 꼭 보고 싶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화책을 여러 번 봐서 왠만한 스토리와 장면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 장면이 뭐가 나올지 뻔한 장면들도 있지만, 만화책에는 없는 새로운 내용도 볼 수 있어 오래된 이 만화가 더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미 이번 영화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 본 이후일거라 미루어 짐작하면서 감상 후 느낌을 적어본다.
영화의 큰 틀은 만화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결말 부분의 산왕공고 전 한 경기로 채워진다.
그 경기의 중간 중간에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넣어 구성했다. 이런 구성이 좀 더 영화적이면서 감정을 자극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그 이야기의 많은 부분에 송태섭이 있다.
만화책에는 송태섭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송태섭의 과거와 현재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추가 되었다.
송태섭이 농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그의 가족 이야기 그리고 송태섭의 왼팔에 있는 두 개의 손목 보호대.
만화책에서만 보여지던 모습보다 송태섭이라는 인물에 대해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식으로 각 등장 인물 별로 농구와 관련된, 혹은 농구 이외의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슬램덩크가 이번 영화로 끝이 아닌, 영화 제목처럼 새로운 첫번째 슬램덩크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았던 점
1. 산왕전 선발 선수 등장을 연필 스케치로 표현한 인트로
송태섭의 얼굴을 시작으로 연필 스케치로 조금씩 그려지면서, 북산의 베스트 멤버들이 한 명씩 추가되어 그려진다. 그리고 상대팀 산왕공고의 선수들도 한번에 그려지면서 경기가 시작된다.
음악과 함께 굉장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오래된 흑백 아날로그 만화책이 자연스러운 모션으로 무장한 애니메이션으로 탈바꿈했다는 상징적인 표현 같았다. 그리고 작가 이노우에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생각의 변화를 그런 방식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2.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
만화책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라 새로운 영화를 보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고, 만화책의 송태섭에 대해 모르고 있던 비밀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3. 송태섭과 정대만
송태섭과 정대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
둘의 첫 만남은 아주 우연히 서로의 존재만 짧게 확인한 채 끝이 나지만, 북산에서의 둘의 관계는 짧았던 둘의 첫 만남에 아쉬움을 갖게 했다.
이런 장면이 좀 더 인물에 대해 입체적으로 보게 되고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부분 같다.
4. 실사 같은 자연스러운 동작
그 동안 농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들을 보면 드리블이나 슛 동작 등 어딘지 모르게 부끄러울 정도로 제대로 표현된 게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원작의 모습으로 실사처럼 농구의 다양한 동작과 모션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아주 오래전 만화책 단행본이 한권씩 출간 될 때 마다 보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만화책을 본 후 몇 년 뒤 TV 애니메이션이 나왔는데, 이 TV 애니메이션은 엄청난 실망감을 주었다. 어설픈 동작과 경기구성, 루즈한 스토리 및 코믹스러운 부분들이 강조되는 부분도 별로라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그 때 단행본을 보면서 내가 보고 싶어했던 애니메이션이 이런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작의 모습 그대로 실사같은 자연스러운 농구 플레이.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농구 플레이로만 영화를 다 채워도 좋을 만큼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을 구현했다. 과거 농구선수 경력이 있었던 이노우에도 이런 애니메이션을 원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5. 경기의 마지막 10분
영화 말미 경기 후반부터 종료 시점까지의 씬은 원작 만화책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사운드 전혀 없이 모션만으로 표현한 씬은 만화책에서 아무런 대사나 말풍선 하나 없이 경기 종료 시점까지 표현한 부분을 충실하게 표현한 것 같았다.
만화책을 보지 않고 극장에 온 사람들도 있구나를 느낀 부분도 이 장면 때문이었다. 여기 저기서 탄식이....
이미 다음에 나올 씬과 결과를 다 알고 있음에도 긴장감 있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쉬운 점
1. 불꽃남자, 정대만
모든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넣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짤막하게 보여지는 정대만의 이야기는 아쉬웠다.
정대만의 캐릭터가 많이 묘사되지 않은 부분은 왠지 위에서 설명한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모습을 따로 준비하고 있을수도 있다는 기대로 대신하고 싶다. 만화책에서도 정대만의 중학시절, 방황하던 시기, 그리고 풍만한 헤어를 자르고 농구로 복귀하는 이야기 등 그 만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기대해 볼 만 하다.
그리고 정대만의 경기 중 모습은 만화책이 좀 더 멋있다.
2. 서태웅, 강백호
이 둘의 이야기는 경기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것도 다음편을 위한 이노우에의 깊은 생각일까.....?
3. 이노우에는 송태섭 찐팬?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원작과는 조금은 다른 이노우에의 사심이 반영된게 아닐까 생각된다.
왠지 극장에 가면 30~40대 아재들만 가득할 것 같았다.
물론 많긴 했지만, 그런 아재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러 오기도 하고, 영화를 보다보면 느끼겠지만, 정말 만화책을 보지 않고 온 관객들도 꽤 많았구나 싶다.
영화 제목처럼 이 영화가 새로운 퍼스트 슬램덩크가 되었으면 한다.
이노우에님은 건강 잘 챙기시고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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